BEST STAGE 2020 6월호
[STAGE REPORT]
무슨 일이 있어도 믿는 것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줄기 빛
뮤지컬 「Whistle Down The Wind ~먼지없는 눈동자~」
웨스트엔드로 롱런을 기록하고 극중 노래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등 주목받던 뮤지컬 「Whistle Down The Wind ~먼지없는 눈동자~」의 일본 초연이 막을 열었다. 연기하는 것은 탈옥자와 그를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는 소녀 그리고 그 탈옥자의 등장으로 인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대는 1959년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머지않아 크리스마스라는 12월 23일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곳이 기독교에 대한 경건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무대 안쪽에 걸린 커다란 성경과 십자가의 미술로부터 금방 알 수 있다. 처음에 교회에 모여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검소한 생활모습을 순식간에 엿볼 수 있고, 연출의 시라이 아키라나 크리에이터진의 솜씨가 빛난다. 더욱이, 그 조용한 생활은 반드시 폐색감을 조성한다고 추측되는 것이 회전 무대에서 나타나는 끊어진 고속도로 세트. 누구도 그 길 끝은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장소에 그 날, 공포가 날아들었다. 살인범이 탈옥하여 이곳으로 도망갔다는 것이다.
미우라 하루마가 연기하는 그 범죄자의 남자 더 맨은, 이쿠타 에리카가 분장한 소녀 스왈로의 집 헛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신앙심이 깊은 스왈로는 그 남자를 예수의 재래로 여긴다. 예수가 탄생하신 것과 같은 헛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양손과 양발에 상처를 입은 남자를 만났으니 당연하다. 예수님이라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스왈로와 그 누이들. 당황하며 놓으라고 거절하면서도 상처를 치료하는 사이에 풀어져 가는 남자. 스왈로에게 있어서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달래주는 구세주였던 동시에 더 맨에게도 스왈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정함과 공경을 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자세히 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미우라의 표정은 확실히 그 마음을 말한다. 이쿠타도 그냥 순수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으려는 아버지나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 감정의 흔들림은 노래에서도 나타난다. 앤드류 로이드웨버의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을 그냥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미우라는 위협적인 저음도 잘 다루면서 심정을 토로. 확실하게 영혼의 외침을 전한다. 이쿠타가 가진 투명감 넘치는 가성은 스왈로에 딱 맞는데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전하려는 듯한 표정 풍부한 가창이, 보는 사람에게 울린다.
그렇게 해서 2명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모습이 세심하게 그려졌고, 아이들 사이에서 예수의 존재가 믿어지는 한편, 헛간 밖에서는 어른들의 탈옥범 사냥이 시작된다. 헛간을 지키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어른의 비정함의 대비는 지나치게 단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밝은 멜로디를 변조시켜 어른이 노래하는 음악의 두께를 느끼게하거나 조명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하게 펼쳐지는 뮤지컬만의 표현 방식에 역시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다.
또한, 그 단순한 대비에서 벗어난 존재가 있다는 것도 이 이야기를 깊숙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스왈로의 소꿉친구 에이모스(히라마 소이치 • 히가시 케이스케)와 그의 여자친구 캔디(스즈키 에미코 • MARIA-E)이다. 폐쇄적인 이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에이모스는 스왈로에 마음을 두는 한편, 캔디에게도 함께 거리를 나가자고 말하는 몹쓸 남자. 하지만, 흑인이기 때문에 항상 배타적인 취급을 받는 캔디에게 있어서 그 유혹은 희망이다. 어떤 의미로 그들도 서로를 필요로 했던 2명이다. 그러나, 거리에 퍼진 공포가 그 실을 끊는 것으로. 반대로, 서서히 정체를 눈치채면서도 철저하게 더 맨을 수용하는 스왈로는 구원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더 맨도 역시. 공포와 불안으로 찬 세상은 지금과 겹치지만, 이 암흑에 빛을 비추는 것은 차별이나 배제가 아닌 관용이 아닌가. 그런 걸 믿게 해주는 작품이었다.